2013.03 ] "순례길, 영적으로 단순화되고 깊어질 수 있어"

홈피맹그미 0 3,197 2019.06.07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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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 간담회

(제주=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성지 순례를 하게 되면 일상의 안락함과 편의를 버리고 온전히 하느님과 만나는 영적인 도약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인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가 천주교 순례길인 '하논성당길' 개장에 앞서 28일 주교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순례길을 "영적으로 단순화되고 깊어질 수 있는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강 주교는 "순례를 하려면 짐을 최대한 간소하게 해서 가야 되는데 그렇게 되면 사람의 마음이 단순해지고 집에 있는 것보다 더 하느님과의 만남이 짙어진다"고 강조했다.

제주교구는 최근 제주도, 제주관광공사와 함께 천주교 순례길 6개 코스를 개발했다. 이중 '김대건길'은 작년 9월 개장했고 '하논성당길'은 다음 달 20일 개장할 예정이다. 나머지 순례길도 준비 중이다.

강 주교는 '하논성당길'에 대해 "제주 교회가 처음 출발했을 때의 초창기 역사를 상기하고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 속에서 신앙생활을 꿋꿋하게 펼쳐갔다는 초기 역사를 되짚어보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리적인 장소, 특성 그 자체보다는 그 길을 걸으면서 사람이 얼마나 하느님과의 영적인 만남을 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며 "지역에 살던 분이나 숨진 분의 생애를 반추하고 묵상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그건 하나의 보조자료일 뿐"이라고 말했다.

"순례의 궁극적인 의미는 자신과 하느님의 만남입니다. 그것을 돕기 위해 과거의 역사를 잠시 돌아볼 뿐이죠."

천주교 박해의 역사만큼 제주도 역시 4·3 사건 등 아픈 역사를 지니고 있다. 최근에는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문제로 갈등이 불거졌고 이 문제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제주교구는 28일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 현장 앞에서 '주님 만찬 성목요일 미사'를 열어 강정마을의 평화를 기원했으며, 29일에는 4·3 평화공원에서 '십자가의 길 기도'를 했다.  


"당장 어떤 해답이 나오고 우리가 갈망하는 진실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해서 역사 전체에 좌절할 필요는 없습니다. 인내심을 갖고 길게 내다보면서 역사를 주도하는 하느님께 희망을 품고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강 주교는 새 교황 프란치스코에 대해 "'서민이 인간적으로 살 권리를 다 뺏는 구조는 죄악'이라는 표현을 썼을 정도로 분명한 의지와 신념을 지니고 산 분이니 다른 나라의 비슷한 어려움을 가진 이들에게 큰 희망의 표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1일 열린 교황 즉위 경축 미사에서 교황을 '교종'이라고 칭했던 그는 "그분이 뽑힌 것 자체가 시대의 징표이고 교회에 새로운 희망을 보게 된 것 같다"면서 "그분이 보여준 여러 가지 작은 사인들이 교회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암시적으로 제시해주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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